퇴사는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끝내지 못한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바쁘게 달려온 나날 끝에서 마주한 '쉼'이라는 낯선 단어는 처음엔 불안하고 불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 시간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퇴사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쉼의 진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쉼 없이 달렸던 시간들
나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숫자와 계획, 보고서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늘 누군가의 기대를 채워야 했고, 내 감정이나 상태는 늘 뒷전이었습니다. 업무는 끝이 없었고, 성과에 따라 존재 가치가 판단되는 것 같은 현실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잠깐이라도 쉬면 나만 뒤처질까 봐 불안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업무 생각을 멈출 수 없었고, 주말조차 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쉼 없는 시간은 몸과 마음을 점점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소소한 기쁨에도 반응하지 못했고, 늘 피곤하고 무기력했습니다. 나답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단 생각은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기만 했습니다.
퇴사 후 마주한 낯선 공백
어느 날,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그 물음이 계기가 되어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생각보다 담담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처음 며칠은 늦잠도 자고, 밀린 드라마도 보면서 잠시 자유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곧 불안이 밀려왔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점점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도 오히려 불안하고 초조했던 건, 그동안 쉼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억지로 채우기보다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고,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쉼이란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라는 것을.
쉼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다
퇴사 후의 시간은 나에게 ‘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했습니다. 단순히 일을 멈추는 것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다시 마주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을 꺼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쉬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사람은 멈춰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쉼은 나를 게으르게 만들지 않았고, 오히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훈련이었습니다. 그동안 외면했던 감정들도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억울했던 일, 참았던 눈물, 속으로만 삭였던 분노까지. 그 모든 감정을 직면하면서 비로소 치유가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나는 나를 회복시켰습니다. 이제는 쉼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필수적이라고 느낍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일정한 쉼의 리듬을 유지할 것입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고, 쉼은 나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퇴사는 나를 낯선 쉼의 시간으로 이끌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멈춤이 있었기에 다시 걸을 수 있었고, 쉼이 있었기에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지쳐 있다면, 잠시 멈추는 용기를 가져보세요. 멈춘 그 자리에서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