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는 단어 안에는 수많은 감정과 책임이 담겨 있다. 회사에서는 완벽한 직장인이 되어야 하고, 집에서는 아이와 가족을 돌보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늘 무언가를 채워야 하고,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 하는 일상. 그러다 보면 스스로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런 나날 속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 바로 ‘설거지’라는 일상 속 루틴이었다.
설거지와 무기력의 관계
무기력함은 워킹맘에게 익숙한 감정이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이 밥을 챙기고, 회사에서는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또 가족을 위한 하루가 이어진다. 정신없는 하루가 끝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소파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이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누구나 바쁘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니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무언가 하나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설거지였다. 처음에는 억지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싱크대 앞에 서서 하나하나 그릇을 닦다 보면 잡생각이 줄어들고,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쌓여 있던 그릇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면 마음 한구석도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단지 설거지를 했을 뿐인데도, 삶의 통제권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일상의 루틴으로 자아를 회복하다
설거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일상이지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루틴이 되고, 그 루틴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워킹맘은 늘 예상치 못한 변수와 싸운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그럴 때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선 자신만의 루틴이 필요하다. 설거지는 매일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복잡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하루의 마무리로 그릇을 닦기 시작하면 된다. 그 시간이 길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 이런 작은 루틴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마음의 중심이 생겼고, 예전보다 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거지 속에서 찾은 나
워킹맘이라는 역할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아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단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직원으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내 이름을 잊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면서 이상하게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게 되었다. 물에 손을 담그고, 그릇의 기름기를 닦아내며, 하나하나 정리해나가는 과정이 마치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그 시간에는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혼자 있는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만났다. 설거지는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치유가 숨어 있다. 누군가는 단순한 집안일로 여길지 모르지만, 워킹맘에게는 삶의 균형을 되찾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작은 습관이지만, 그것이 준 정서적 안정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결국 나를 살린 건, 그 사소한 설거지였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일 반복되는 설거지 시간은 워킹맘에게 단순한 집안일이 아닌 마음의 쉼표가 되었다. 무기력함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이들에게, 설거지라는 작고 꾸준한 루틴은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소중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의 마무리를 설거지로 해보는 건 어떨까요?